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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틱틱붐> 후기 (뮤지컬, 장지후, 김수하)

by 취향기록노트 2025. 7. 17.

2024.11.30 뮤지컬 '틱틱붐'

뮤지컬 <틱틱붐>은 <렌트>로 잘 알려진 작곡가 조너선 라슨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뉴욕의 무명 작곡가 ‘존’이 30세를 앞두고 겪는 삶의 불안, 예술가로서의 갈등, 사랑과 우정 사이의 균열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그린 이 작품은
2024년 한국 무대에서도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깊은 공감과 호응을 이끌어냈다.

앤드류 가필드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로 먼저 익숙해진 관객이라면, 한국 무대에서 또 다른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조너선 라슨의 삶과 불안을 무대로 옮기다

무대 위 ‘존’은 110분 내내 쉬지 않고 무대에 서 있다.
일기처럼 시작되는 내레이션,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기, 넘버 속 감정 표현까지—사실상 혼자서 공연을 이끌어 가는 연기 차력쇼에 가깝다.
장지후 배우는 복잡한 내면과 고조된 감정을 세밀하게 연기해 관객으로 하여금 존의 불안과 혼란, 열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만든다.

이 작품은 단순한 성공기나 음악영화가 아니다.
시간이 가고 있다는 공포, 사랑과 예술 사이에서 균형을 잃어가는 무력감,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는 과정 속에서도 ‘계속 쓰고, 계속 만들어야 한다’는 집착에 가까운 열망이 주제를 이룬다.

언어 유희와 한국어 번역의 센스

<틱틱붐>은 재치 있는 언어 유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넘버 ‘Sunday’와 ‘Therapy’는 일상적이고 가벼운 주제를 신박한 가사와 기발한 리듬으로 풀어내면서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한국어 번역 역시 원작의 리듬감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우리말 고유의 말맛을 살려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다.

‘거지같은 서른’이라는 표현은 원작의 감정을 잘 옮긴 대표적 예이다. 나의 경우 ‘거지같은 마흔’으로 생각하며 들으니 공감의 문장으로 다가왔다.

‘Come to Your Senses’는 감정을 폭발시키는 명곡이다.
이 넘버 직전에 존이 오열하는 장면은, 그간의 고통이 응축된 순간으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김수하 배우의 감정선과 가창력이 곡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린 장면이다.

아쉬운 점과 또 다른 발견

본 작품은 존 중심의 1인극에 가까운 구성이라, 앙상블 배우들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적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그만큼 관객은 조너선 라슨이라는 인물에게 더욱 집중하게 되고, 그 인물의 고뇌와 성장이 작품 전반에 깊이 스며들게 된다.

넷플릭스 영화에서 앤드류 가필드의 노래에 빠졌던 이라면, 무대에서 들려오는 생생한 라이브 넘버들이 훨씬 더 깊은 울림을 전할 것이다.
화려한 장면이나 대형 무대는 없지만, 진심과 밀도가 가득한 공연이다.

결론

뮤지컬 <틱틱붐>은 꿈과 현실, 창작과 생계 사이에서 흔들리는 청춘의 불안을 그린 작품이다.
‘거지같은 서른’을 지나는 사람도, 이제 막 마흔을 앞둔 사람도—누구나 한 번쯤은 조너선 라슨처럼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져봤을 것이다.

작고 조용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거대하고 생생하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위로이자 응원의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