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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데스노트> 후기 (무대연출, 캐릭터, 넘버)

by 취향기록노트 2025. 7. 16.

2022.07 뮤지컬 &amp;#39;데스노트&amp;#39;2023.05 뮤지컬 &amp;#39;데스노트&amp;#39;

뮤지컬 <데스노트>는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압도적인 무대 연출과 강렬한 캐릭터, 파워풀한 넘버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2022년과 2023년 한국 무대에 올라 큰 화제를 모았으며, 사신 ‘류크’가 떨어뜨린 ‘데스노트’를 줍게 된 천재 고등학생 ‘라이토’와, 그를 추적하는 명탐정 ‘엘’의 치열한 두뇌 싸움과 윤리적 질문을 중심으로 극이 전개된다.

LED 무대와 공간 연출, 경계를 허문 무대 미학

<데스노트>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LED를 활용한 무대 장치다.
기존 뮤지컬의 물리적 무대 전환을 넘어서, LED 스크린과 투명 구조물을 이용해 수평과 수직, 원근감까지 활용한 공간 연출이 돋보인다.
인간 세계와 사신 세계, 경찰청, 감시 카메라, 테니스장까지—극 내 모든 배경이 고화질 영상과 조명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환되며, 시공간의 제약을 무너뜨린다.

2층 맨 뒤에서 관람했을 때조차 LED의 깊이감과 공간 구성은 충분히 전달되었고, 인간 세상을 하얀 프레임 안에 가두어 보여주는 연출은 마치 관객이 사신의 시점에서 인간들을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무대 위 천장과 프레임까지 활용된 디자인은 하나의 ‘움직이는 만화’를 그대로 구현한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엘, 라이토, 류크—캐릭터를 찢은 배우들

엘은 2022년 김성철, 2023년 김준수로, 라이토는 고은성으로 관극했다.

2022년 김성철이 연기한 엘은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는 존재였다.
엉뚱함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가진 캐릭터의 복잡한 성격을 섬세한 감정선으로 표현해냈으며, 테니스 경기 장면에서 라이토와의 기 싸움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장면이었다.
2023년 김준수 역시 각인력 높은 목소리와 연기력으로 샤엘(샤 + 엘)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어냈다.

고은성은 2년 연속 라이토 역을 맡아, 지적이고 냉정한 카리스마와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을 모두 표현해냈다.
특히 후반부 라이토가 스스로 무너지는 장면에서는 그 몰입도가 극대화되며 관객의 숨조차 멈추게 만든다.

서경수의 류크는 진심으로 ‘인간 세계를 가지고 노는 사신’ 그 자체였다.
익살스러운 표정과 장난기 어린 제스처로 공연 내내 긴장과 유머를 동시에 이끌어냈다.

넘버, 다시 듣고 싶은 이유

<데스노트>의 넘버는 단순한 뮤지컬 송을 넘어 캐릭터의 심리를 설명하고, 사건의 흐름을 이끄는 중요한 장치다.
‘게임의 시작’, ‘나는 정의’, ‘변화의 순간’, ‘죽음보다 더 무거운 것’ 등 각 넘버는 장면의 감정 곡선을 따라 정교하게 배치되어 있다.

2022년에 감명 깊었던 넘버들과 2023년의 반주는 미세하게 달라진 듯하면서도 더욱 풍부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연출과 음악이 해마다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이다.

2022년에 야가미 사유를 연기했던 류인아 배우가 2023년에는 ‘미사’를 맡아 생동감 있는 무대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극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었다.
사랑과 집착 사이를 오가는 미사의 감정선이 섬세하게 그려졌으며, 솔로 넘버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결론

뮤지컬 <데스노트>는 인간의 윤리, 신과 정의, 욕망과 선택의 문제를 강렬한 서사와 시청각적 요소로 풀어낸 작품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그 누구보다 ‘인간적인’ 라이토와 엘, 그들을 지켜보는 류크의 시선이 있다.

한계를 뛰어넘는 무대 기술,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 그리고 귀에 맴도는 넘버들까지—공연장을 나서는 순간까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인간들의 덧없고 애처로운 인생들, 그저 사신들의 놀이구나.”
그렇기에 더욱 슬프고,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