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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렛미플라이> 후기 (시간여행, 사랑, 선택)

by 취향기록노트 2025. 7. 15.

뮤지컬 <렛미플라이>는 2022년 초연 이후 다수의 시상식에서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입증한 창작 뮤지컬이다.
1969년과 2020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적 요소 위에, 평범하지만 찬란했던 인생과 사랑의 여정을 풀어낸다.
인물들의 삶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듯한 서정적인 서사, 그리고 관객의 감정을 조용히 건드리는 넘버들 덕분에 관람 후 깊은 여운이 남는다.

선택의 순간, 그리고 ‘여행’이 시작되다

<렛미플라이>는 1969년 평범한 청년 남원과 선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라디오를 수리하다 감전된 남원은 눈을 떠보니 2020년의 미래, 노인이 된 자신의 모습으로 깨어난다.
갑작스러운 시간의 균열 속에서 남원은, 선희와 함께 보냈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시간의 퍼즐을 맞춰가며 과거를 되돌릴 방법을 찾아 헤매는 남원의 여정은 단순한 SF 판타지를 넘어,
삶에서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렛미플라이>의 가장 대표적인 넘버 ‘여행’은 바로 이 순간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2023년 10월 관람 당시,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관객석에서는 훌쩍임이 끊이지 않았다.

젊음의 찬란함, 노년의 따뜻함

무대 위 두 명의 ‘남원’과 ‘선희’는 서로의 시간을 오가며, 젊은 시절의 설렘과 늙어가는 인생의 단단함을 함께 보여준다.
특히 선희 할머니와 남원 할아버지가 한 공간에 함께 있는 장면에서는, 세월의 깊이를 따뜻하게 체감할 수 있다.

과거를 떠올리는 장면들은 마치 엽서처럼 아련하고 애틋했다.
젊은 남원이 선희를 바라보는 시선, 선희가 남원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장면마다 관객의 마음이 촉촉이 젖어들게 만든다.

박보검 효과를 넘어서, 진짜 이야기의 힘

뮤지컬 <렛미플라이>는 박보검의 첫 뮤지컬 데뷔작으로도 화제를 모았지만, 그 이상의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2023년 당시 박보검 출연 회차는 전석 매진을 기록했으나, 다른 캐스트의 회차도 관객들의 극찬을 끌어내며 ‘진짜 이야기의 힘’을 입증했다.

나 역시 평소 꼭 보고 싶던 작품이었고, 그 기대에 부응하는 감동을 안고 나왔다.
부부가 함께 늙어가는 모습, 젊은 날의 선택을 후회하면서도 되돌아보는 용기,
그리고 ‘살아가는 일’ 자체가 얼마나 찬란하고 위대한지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결론

뮤지컬 <렛미플라이>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시간여행' 이상의 감정을 담고 있다.
나이 들어 만나는 과거의 나, 그리고 다시 쓰고 싶은 시간들.
단순한 회한이 아닌, 따뜻한 위로와 진심 어린 격려가 녹아든 작품이다.

‘지금 이 삶도 결국 누군가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일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렛미플라이>.
여전히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