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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키부츠> 후기 (롤라, 엔젤, 넘버 분석)

by 취향기록노트 2025.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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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6연에 접어든 뮤지컬 <킹키부츠>는 단지 '화려한 쇼뮤지컬'이라는 수식어로만 설명할 수 없다. 진심을 담은 위로와 해방, 그리고 경쾌한 에너지까지 고루 갖춘 작품으로, 2024년 하반기에는 유튜브 패러디 콘텐츠 '쥐롤라'의 영향으로 전국적 열풍을 일으키며 대부분의 회차가 매진을 기록했다. 이번 관람을 통해, 킹키부츠가 왜 ‘다시 보고 싶은 뮤지컬’로 꼽히는지 충분히 체감할 수 있었다.

오는 2025년 12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7연으로 다시 무대에 오를 예정이란 점도 팬들의 기대를 더욱 높이고 있다.

롤라의 등장, 강렬함 그 자체

<킹키부츠>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는 바로 롤라의 첫 등장 장면이다. 넘버 ‘Land of Lola’가 시작되면, 그야말로 무대가 압도당한다.

빨간 조명과 강렬한 색감, 롤라 특유의 존재감이 한순간에 공연장을 휘어잡는다. 2024년 내가 관람한 공연에선, 롤라가 다비드 조각상처럼 등장하며 긴 팔을 우아하게 들어올리는 장면에서 객석의 탄성과 박수가 동시에 터졌다. ‘여기 진짜 킹키부츠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함께 등장하는 ‘엔젤’들도 빼놓을 수 없다. 남성 앙상블이 연기하는 엔젤들은 그야말로 ‘여자보다 더 아름다운 언니들’이란 표현이 딱이다. 퍼포먼스와 표정, 군무의 정교함이 작품의 분위기를 단숨에 끌어올린다.

무대 장치와 넘버, 완벽한 합

1막의 마지막 넘버 ‘Everybody Say Yeah’는 킹키부츠의 명장면 중 하나다.

무대 위 트레드밀을 분해하고, 다시 결합하며 그 위를 힘차게 걷는 퍼포먼스는 단순한 ‘쇼’가 아니다. 장인 정신이 느껴질 만큼 정교한 동선과 에너지 넘치는 연출로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무대 전체가 움직이며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트레드밀을 밟는 장면은, 각자 다른 고민과 갈등을 안고 있던 이들이 함께 나아가는 순간처럼 느껴져 더욱 인상 깊다. 넘버 자체의 경쾌함과 율동감이 관객에게도 전달돼, 보는 내내 어깨가 들썩거릴 수밖에 없었다.

‘Raise You Up’, 단순한 축제 넘버가 아니다

많은 관객들이 <킹키부츠>의 대표곡 ‘Raise You Up’을 단지 ‘신나는 곡’으로 알고 있지만, 공연을 실제로 보고 나면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곡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1막과 2막 사이의 정서적 변화가 쌓인 뒤, 후반부에서 ‘Raise You Up’이 다시 등장할 때는 전혀 다른 감정선이 전달된다. 롤라뿐만 아니라 찰리, 공장 직원들까지 모두 무대에 올라 이 곡을 부르며 서로를 격려하고, 받아들이는 장면은 자연스럽게 뭉클함을 자아낸다.

함께 일하는 이들과 진심을 나누며 만들어낸 ‘하이힐’은, 그 자체로 이해와 포용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단순히 ‘화려한 쇼’로만 기억되던 킹키부츠가, 관극을 통해 진심 어린 메시지와 따뜻한 에너지를 함께 전달하는 작품임을 체감했다.
롤라의 강렬한 존재감, 엔젤들의 퍼포먼스, 트레드밀 무대 연출, 그리고 마무리 넘버까지—한순간도 놓칠 수 없던 공연이었다.
“너 자신이 되어라(Be yourself)”라는 킹키부츠의 슬로건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