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을 꾸준히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작품을 선택하는 나만의 기준이 생긴다. 스토리를 미리 아는 작품, 믿고 보는 배우, 관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공연 등 선택 이유는 다양하다. 또한 N차 관람을 결정하게 만드는 매력 포인트와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선택 기준도 점점 구체적으로 자리 잡는다.
스토리를 미리 알고 보는 재미
뮤지컬을 처음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스토리’다. 책, 드라마, 영화로 미리 본 적이 있는 이야기라면 관극의 진입 장벽이 훨씬 낮아진다. 예를 들어 소설을 읽고 깊이 감동했던 작품이 뮤지컬로 제작되었다면, 그 이야기가 무대에서 어떻게 재해석될지 기대감이 커진다. 스토리를 이미 알고 있다는 점은 공연 중 이해도를 높여주며, 그만큼 세세한 연출이나 배우의 감정 표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노트르담 드 파리>, <위키드>처럼 원작이 뚜렷한 작품들은 이야기 구조를 미리 숙지하고 보는 것이 몰입감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위키드>의 경우 <오즈의 마법사> 속 캐릭터들의 서사를 재해석했는데, 원작을 알고 있으면 ‘이런 부분을 이렇게 바꿨구나’ 하고 비교하며 즐길 수 있다. 또한 스토리가 이미 검증된 작품은 실패 확률이 낮다.
처음 보는 배우나 창작진이라도 서사와 메시지가 탄탄하다면 공연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스토리를 모르는 완전 창작 뮤지컬의 경우에는 사전 정보가 거의 없어 선택이 어려울 때가 많다. 하지만 원작이 있는 작품은 ‘이미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이니 뮤지컬로도 분명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이러한 이유로 나 역시 관극 초기에는 원작이 있는 작품 위주로 선택하곤 했다.
믿고 보는 배우의 선택
뮤지컬을 꾸준히 보다 보면 ‘믿고 보는 배우’라는 개념이 생긴다. 이전 공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는 다음 작품을 예매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박진주, 송원근, 김소현, 카이 등 실력과 존재감을 모두 갖춘 배우들이 새 작품에 출연한다고 하면, 작품 자체가 조금 생소하더라도 “그 배우가 선택한 공연이라면 믿고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는 단순히 캐릭터를 연기하는 사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들의 노래, 대사, 감정 표현은 공연의 완성도를 크게 좌우한다.
나 역시 배우 중심으로 작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공연을 다회차로 보게 되는 이유 중 하나도 캐스트 조합 때문이다. 한 캐릭터를 다른 배우가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하는지 비교하는 재미가 상당하다. 예를 들어 한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가 차분하고 내면적인 느낌을 주었다면, 다른 배우는 같은 캐릭터를 다소 장난스럽거나 밝은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다. 이런 차이를 발견할 때 ‘뮤지컬은 정말 배우의 색깔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장르구나’라는 것을 느낀다.
배우의 팬심이 작품 선택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예전에는 단순히 작품의 스토리만 보고 선택했지만, 이제는 “이 배우가 노래하는 무대를 꼭 보고 싶다”라는 이유만으로도 예매를 하게 된다. 특히 배우가 신작에 참여한다면, 공연의 흥행 여부를 떠나 직접 보고 평가하고 싶어진다. 이런 방식으로 배우가 나의 관극 패턴과 취향을 확장시킨 셈이다.
화제작과 N차 관람의 이유
뮤지컬 커뮤니티나 SNS에서 ‘요즘 가장 뜨거운 공연’으로 꼽히는 작품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완성도 높은 넘버, 중독성 있는 스토리, 탁월한 연출, 배우들의 열연 등 어느 한 요소라도 뛰어난 공연은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타며 ‘핫한 작품’이 된다. 나는 이런 화제작을 무조건 한 번은 경험해보려 한다. 주변 뮤지컬 덕후들이 “이 작품은 꼭 봐야 한다”고 추천하면 궁금증이 커진다. 관객이 직접 돈을 지불하고 여러 번 보는 작품이라면 분명 특별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음악이 너무 좋거나 서사가 탄탄한 공연은 N차 관람을 하게 만든다. 같은 배역을 다른 배우가 연기했을 때 미묘하게 달라지는 감정선과 호흡을 확인하는 재미는 오직 재관람으로만 느낄 수 있다. 또한 공연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웅장한 라이브 사운드와 넘버가 마음을 울릴 때, 단순히 다시 듣고 싶다는 이유로도 다시 표를 사게 된다.
물론 모든 화제작이 내 취향에 맞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는 ‘지킬 앤 하이드’나 ‘시카고’ 같은 작품은 한 번 보면 충분하다고 느꼈다. 이렇듯 뮤지컬은 결국 취향의 영역이다. 아무리 명작이라 불려도 내 감정선이나 음악적 취향과 맞지 않으면 큰 감흥을 주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험조차도 관극의 재미를 넓혀준다. 어떤 작품이 나와 맞지 않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나만의 뮤지컬 취향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어준다.
뮤지컬을 고르는 기준은 시간이 지날수록 구체적이고 탄탄해진다. 스토리를 미리 아는 작품, 믿고 보는 배우, 요즘 화제가 되는 공연은 내가 공연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기준이다. 여기에 음악의 완성도와 무대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면 ‘이 공연은 반드시 봐야 한다’는 확신이 든다. 또한 재관람을 통해 같은 작품에서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는 재미는 뮤지컬 관극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뮤지컬 팬이라면 자신만의 선택 기준을 찾아가며, 새로운 작품과의 만남을 더욱 풍성하게 즐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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