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튜링머신>은 “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지만, 공연이 끝난 뒤 관객에게 남는 질문은 오히려 이것에 가깝다.
“사회는 한 인간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가?”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을 먼저 본 관객이라면, 이 작품은 또 다른 결의 울림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전쟁 영웅으로 기억되는 한 천재를, 연극은 전혀 다른 각도에서 비춘다.
연극 <튜링머신> 줄거리 정리
극은 앨런 튜링이 집에 도둑이 들었다고 신고하면서 시작된다. 이를 계기로 등장한 로스 형사는 사건을 조사하던 중 튜링의 사적인 관계를 알게 된다. 도난 사건의 배후에는 아놀드 머레이가 얽혀 있고, 수사는 점점 절도 사건을 넘어 동성애 혐의로 확대된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범죄자’로 취급받는 튜링의 현재를 목격한다.
한편 무대는 과거로 이동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에니그마 암호 해독 프로젝트, 암호 해독 기계 개발 과정, 동료들과의 갈등, 전쟁 승리를 위해 수많은 생명을 통계로 계산해야 했던 선택들이 교차된다.
현재의 심문과 과거의 전쟁 장면이 대비되며, 국가를 구한 천재와 사회에서 배제된 개인의 모습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결국 재판 장면에 이르러 튜링은 화학적 거세 처분을 받게 되고, 관객은 “영웅”과 “범죄자”라는 사회적 규정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마주하게 된다.
앨런 튜링 실화 배경
앨런 튜링은 현대 컴퓨터 과학과 인공지능 이론의 토대를 세운 인물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암호 해독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으며, 그의 연구는 오늘날 AI 개념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러나 1952년 동성애 혐의로 기소되었고, 화학적 거세 처분을 받았다. 1954년, 그는 4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연극 <튜링머신>은 이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업적보다 인간을 조명한다.
연극 <튜링머신> vs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비교


이미테이션 게임 역시 튜링의 인간적인 면모를 분명히 다룬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튜링은 천재성이 빛나는 동시에,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고독한 인물이었다. 다만 서사의 중심은 전쟁과 암호 해독, 그리고 팀 프로젝트의 긴장감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반면 연극 <튜링머신>은 시작부터 심문 구조로 들어간다.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신고, 그리고 형사의 수사. 이 설정 자체가 이미 “사회가 한 인간을 어떻게 판단하는가”라는 질문을 전면에 내세운다.
- 영화가 전쟁 속 영웅의 서사라면, 연극은 사회 속 개인의 서사에 가깝다.
- 영화가 암호를 푸는 이야기라면, 연극은 인간을 해독하는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관람 후 느낀 점
영화를 보면서도 나는 튜링의 인간적인 면모를 분명히 느꼈다. 하지만 연극은 그 인간성에 훨씬 더 밀착한다. 전쟁에서 수많은 생명을 계산해야 했던 천재. 그러나 정작 자신의 삶은 사회의 계산 밖으로 밀려난 인물이다.
무대 위 튜링은 차갑게 보이면서도 누구보다 인간적이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뒤,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암호 해독 장면이 아니라 그의 고독이다.
이런 관객에게 추천한다
- 실화 기반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
- 인공지능·컴퓨터 역사에 관심 있는 관객
- <이미테이션 게임>을 인상 깊게 본 관객
- 철학적인 질문이 남는 연극을 찾는 관객
연극 <튜링머신>은 과학극이 아니라 인간극에 가깝다. 기계의 논리보다 인간의 모순이 더 오래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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