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sting]
노든: 홍우진 | 펭귄: 최은영 | 앙가부/윔보: 박근식 | 치쿠: 유동훈
유튜브 알고리즘은 가끔 무섭도록 정확하다. 틈만 나면 피드에 올라오는 넘버 박제 영상들을 보며 버티다, 결국 지난 시즌의 기억을 소환해 다시 한번 대학로로 향했다. 지난번 엄마와 함께 봤을 때의 그 먹먹함과는 또 다른 설렘이었다.
2025.07.31 - [문화생활/뮤지컬] - 대학로 감성 충만 뮤지컬 <긴긴밤> 리뷰

평일 저녁인데도 객석은 이미 만석이었다. 원작 소설이 '초등 필독서'라는 명성에 걸맞게 부모님 손을 잡고 온 어린 관객들이 유독 많았는데, 그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공연장의 공기를 한층 더 순수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듯했다.
'뭉클함'이라는 단어 그 너머의 해상도
공연을 보고 느끼는 감정을 '뭉클하다'는 형용사 하나에 가두는 것이 늘 답답했다. 하지만 이번 관극은 그 모호했던 감정의 경계선을 선명하게 그려주었다. 말 그대로 내 마음의 해상도를 한껏 높여준 시간이었다.
🌊 최애 넘버: '수영'
노든이 어린 펭귄에게 수영을 가르쳐주는 장면. 서툴지만 다정하고, 투박하지만 깊은 그 마음이 너무 귀여워서 마음이 간질거리다가도, 이내 서로의 생존을 지탱하는 단단한 연대감으로 변모할 때의 벅참은 이루 말할 수 없다.
🌪️ 차애 넘버: '바람보다 더 빠르게'
코끼리 고아원을 벗어나 처음으로 자유를 마주한 노든. 배우들의 목소리가 켜켜이 쌓여 화음을 이룰 때, 그 소리는 객석을 휘감는 시원하고 부드러운 바람 그 자체였다. 노든이 느꼈을 그 전율 돋는 해방감이 몸의 감각을 깨우는 기분이었다.
역시 코뿔소가 키운 펭귄은 다르구나!
오늘 공연에서 잊지 못할 장면은 극의 마지막, 노든과 헤어진 펭귄이 바다를 향해 홀로 달려가던 순간이었다. 최은영 펭귄이 마구 달리다 그만 크게 한 번 넘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대견하리만큼 씩씩하게, 재빨리 일어나 다시 앞을 향해 힘차게 뛰어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역시 코뿔소가 키운 펭귄은 다르구나!!!"
그 돌발 상황조차 삶의 굴곡을 딛고 일어서는 펭귄의 성장사처럼 느껴져, 그 어떤 연출보다 강렬한 숭고함을 남겼다. 홍우진 노든이 가르쳐준 생존의 근육이 최은영 펭귄의 몸짓에서 완벽하게 증명된 셈이다.
마무리하며
혈연이 아니어도, 종이 달라도, 오직 작은 생명을 위해 자신의 '긴긴밤'을 내어준 이들의 뒷모습에서 나는 다시 한번 살아갈 위로를 얻는다. 알고리즘에 이끌려 홀린 듯 재연을 예매했던 나 자신을 무한히 칭찬하며, 오늘 밤 나의 바다도 조금 더 선명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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