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서사가 돋보이는 소설 <비바, 제인> 감상

개브리얼 제빈의 장편소설 <비바, 제인>은 아비바 그로스먼의 스캔들을 중심으로 여성의 삶과 성장, 그리고 재탄생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가족과 주변 인물들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서사 덕분에 감정 이입이 깊었고,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 강한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아비바 그로스먼과 스캔들, 그리고 재탄생의 여정

이 소설의 중심인물 아비바 그로스먼은 한 번의 스캔들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인물이다. 작품은 아비바의 스캔들을 단순한 사건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캔들 이후 그녀가 겪는 사회적 시선, 가족과의 갈등,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야기가 아비바의 주변 인물들의 시선으로도 그려진다는 것이다. 이 다층적인 시선 덕분에 독자는 아비바의 감정뿐 아니라 그녀의 가족, 친구, 동료가 느끼는 복잡한 심리까지 함께 이해하게 된다. 작품을 읽는 내내 마치 실제 인물의 삶을 훔쳐보는 듯한 현실감이 있었다. 작가는 아비바를 한낱 스캔들의 희생자로만 남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가 스스로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재탄생의 서사’를 그려내며, 사회 속 여성들이 어떻게 자신을 다시 세우는지를 보여준다.

인생의 리셋 버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인생이 게임처럼 리셋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때로는 실수나 선택의 무게가 너무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비바 역시 비슷한 마음을 가진 인물이다. 그녀는 스캔들로 인해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 상황을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으로 받아들인다. 개인적으로 아비바의 선택과 태도에서 묘한 공감을 느꼈다. 그녀는 완벽하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실수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것이다. 책 속 아비바는 끊임없이 다시 자신을 세우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독자에게 ‘두 번째 기회’에 대한 희망을 던진다. 특히, “인간은 어머니가 낳은 그날 영구히 태어나는 게 아니다. 생은 인간 스스로 자꾸 거듭 태어나게 만든다.”라는 작가의 노트는 책 전체의 메시지를 가장 잘 압축한다. 우리는 언제든 다시 태어날 수 있고, 지금 이 순간도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와 닿았다.

여성 서사의 힘과 개브리얼 제빈의 필력

<비바, 제인>은 여성의 시선과 목소리를 강하게 드러낸다. 특히 아비바가 사회의 편견 속에서 스스로를 지켜내고 성장하는 과정은 많은 여성 독자에게 공감과 위로를 준다. 작가는 여성 캐릭터를 단순히 피해자나 조력자로 그리지 않는다. 아비바와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서사를 가지고, 그 서사 안에서 치열하게 살아간다. 개브리얼 제빈 특유의 필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독자가 마치 그 인물의 입장이 된 듯 몰입하게 만든다. 스캔들 이후 펼쳐지는 인간관계의 미묘한 변화, 사회적 시선의 잔인함, 그리고 그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희망까지 모든 감정이 리얼하게 다가왔다. 책을 읽으면서 한 장면 한 장면이 영화처럼 머릿속에 그려졌다. 제빈의 문장은 간결하지만 강렬하고, 인생을 바라보는 통찰이 담겨 있어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다.

 

<비바, 제인>은 단순한 스캔들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재시작과 여성의 자립, 그리고 용기에 대한 이야기다. 아비바 그로스먼의 서사는 실수를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 마지막 작가 노트 한 문장은 이 책의 모든 메시지를 함축한다.

“인간은 어머니가 낳은 그날 영구히 태어나는 게 아니다. 생은 인간 스스로 자꾸 거듭 태어나게 만든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나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와 위로를 얻게 된다. 여성 서사가 돋보이는 작품을 찾고 있다면 <비바, 제인>을 꼭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