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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뮤지컬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이라면 (뮤지컬 라이카, 눈물주의, 힐링작)

by 취향기록노트 2025.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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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 뮤지컬 '라이카'

 

뮤지컬 <라이카>는 우주 최초의 실험동물로 기록된 ‘라이카’와 동화 <어린왕자>의 세계관이 만나는 창작 뮤지컬입니다. 실화와 상상을 넘나드는 서사, 윤리적 질문, 사랑과 용서라는 보편적 감정이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특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공연 내내 울컥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아 눈물주의가 필요한 작품입니다. 이 글에서는 직접 관람한 관객의 입장에서 감정 포인트와 관람팁을 정리합니다.

B612에서 다시 만난 라이카 (실화와 동화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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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이카>는 러시아 우주견 ‘라이카’가 B612 행성에 불시착하며 어린왕자를 만나게 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시작됩니다. <어린왕자>를 현대적 상상력으로 재해석한 이번 작품은 단순한 콜라보를 넘어서, 동화와 실화의 경계를 허물며 감정의 결을 더욱 복합적으로 만듭니다. 어린왕자는 인간에게 실망하고 혐오를 품게 된 인물로 그려지고, 지구와 충돌시킬 계획을 세우며 라이카를 자신의 동조자로 끌어들이려 합니다. 한편, 어린왕자에게 버림받았던 장미는 라이카에게 조용히 묻습니다. “정말 네가 원하는 선택이 뭐니?” 이 단순한 질문은 공연 내내 관객의 머릿속을 맴돕니다. 반려동물도, 인간도 결국 각자의 선택을 해야 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무대는 철학적인 깊이를 더해 갑니다. 어릴 적 우주로 보내져 영문도 모른 채 생을 마감해야 했던 라이카의 실존적 아픔이, 환상적인 B612의 공간 안에서 인간성의 어두움과 마주합니다. 실화의 무게와 동화의 상징이 맞물리는 이 설정은 관객의 정서를 복잡하고도 촘촘하게 자극합니다.

눈물주의, 그리고 폭풍 몰입 넘버들

이 작품이 단순한 감성팔이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캐릭터의 입체성과 넘버의 강력함 때문입니다. 라이카와 캐롤라인, 어린왕자, 장미 각각의 시선과 감정이 음악으로 흘러나올 때 관객은 극 안으로 빨려들어가게 됩니다. 특히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은 ‘우리 자인이도 B612 어딘가에서 놀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불러오며 실생활의 감정과 직결됩니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는 그 어떤 설명도 필요 없습니다. 단지 ‘존재가 기억되는 것’, 그 자체만으로 눈물이 흐르게 됩니다. 하지만 감정만 있는 건 아닙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넘버 ‘원지로지로 원~~’에서는 완전히 다른 톤의 신선한 충격이 관객을 웃게 만듭니다. 방금 전까지 라이카를 애틋하게 바라보던 캐롤라인이 로케보트로 등장해 로봇춤과 랩을 선보이는 장면은 전환의 타이밍마저 완벽합니다. 공연을 보는 내내 관객은 눈물과 웃음 사이를 오가며 정서적으로 꽉 찬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장미가 부르는 ‘아름다워’는 자기긍정의 메시지를 담은 곡으로, 스스로를 잃기 쉬운 요즘 같은 시대에 아주 강력한 자존감 회복제 역할을 합니다. 특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관객에게 이 넘버는 따뜻한 위로가 되어줍니다.

철학적이지만 무겁지 않게, 윤리와 감정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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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이카>는 다층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이 생명체를 도구화했던 역사에 대한 반성, 관계에서의 용서와 화해, 존재의 의미, 선택의 자유 등이 모두 무대 위에 펼쳐집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메시지를 담으려다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약간 산만한 인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다 중요해!” 하는 순간들 뒤에 오는 “이 정도는 좀 봐주자”는 톤다운이 아쉽지만, 초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추후 더욱 정제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무대 세트와 음향, 조명의 활용도도 적절했고, 특히 라이카가 조용히 한 자리에 머무르거나, 아무 말 없이 응시하는 순간은 오히려 대사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했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 각자의 마음속에서 ‘우리 자인이도 거기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힘이 이 작품에 있습니다.

뮤지컬 <라이카>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단순히 슬픈 이야기로 울리는 공연이 아니라, 함께 살았던 존재의 의미, 선택과 용서, 그리고 기억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작품입니다. 윤리와 감성, 동화와 실화가 조화롭게 뒤섞인 이 공연은 우리가 사랑했던 존재들을 다시 떠올리게 하며, 극장을 나서는 발걸음을 조용히 멈추게 만듭니다. 울 준비하고 가세요.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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