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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팬텀 캐릭터 집중 분석 (에릭, 크리스틴 서사 강화)

by 취향기록노트 2025. 7. 1.

2025.06.13 뮤지컬 '팬텀' 캐스트

 

  • 공연기간 : 2025.05.31~2025.08.11
  • 공연장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뮤지컬 <팬텀>은 고전 <오페라의 유령>을 원작으로 하지만, ‘에릭’이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그의 과거 서사를 본격적으로 풀어내며 전혀 다른 감동을 전한다. 이번 글에서는 팬텀(에릭)과 크리스틴의 캐릭터에 집중하여 이 작품만의 깊은 매력과 함께 배우 전동석, 송은혜의 열연, 공연 현장 분위기를 중심으로 생생한 후기를 정리한다.

팬텀의 진짜 이름, ‘에릭’의 존재감

뮤지컬 <팬텀>에서 가장 인상 깊은 요소 중 하나는, '팬텀'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진짜 이름 ‘에릭’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관객은 단순히 괴기스러운 존재로 여겨지던 팬텀을 넘어서, 하나의 인간이자 상처입은 존재로 에릭을 바라보게 된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그가 오페라하우스 지하에 살게 된 이유, 어린 시절부터 겪어야 했던 차별과 고립, 출생의 비밀까지 촘촘하게 그려지며, 그의 선택과 감정이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무대 연출 또한 이 서사를 강조하는 데 큰 몫을 한다. 샹들리에 추락 장면은 단순한 시각 효과를 넘어, 에릭 내면의 분노와 절망을 극적으로 표현해낸다. 특히 이번 세종문화회관 공연에서는 이 장면의 스릴과 드라마가 훨씬 고조되어 관객들로 하여금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는 효과를 냈다. 필자가 실제로 관람했을 때에도, “오페라의 유령보다 더 드라마틱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에릭 역의 전동석 배우는 특유의 절제된 감정선과 폭발적인 성량으로 이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팬텀은 대부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기 때문에 눈과 입술만으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데, 그 어려운 연기를 전동석 배우는 안정적으로 해냈다. 특히 공연 내내 하관만 보이며 몰입을 유도하고, 마지막 커튼콜에서 잠깐 마스크를 벗고 암전되는 순간의 연출은 팬텀이라는 인물의 정체성과 미스터리를 더욱 감칠맛 있게 남긴다.

크리스틴의 서사와 넘버의 매력

팬텀에서 크리스틴은 단순히 팬텀의 뮤즈가 아니라, 주체적인 꿈과 고민을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 기존 <오페라의 유령>에서는 상대적으로 수동적이고 연민을 받는 여성상으로 비쳐졌던 크리스틴이, 팬텀에서는 보다 뚜렷한 욕망과 성장을 가진 인물로 재해석된다. 특히 팬텀과 크리스틴이 함께 노래를 통해 레슨을 받는 장면은, 이 두 인물 간의 미묘한 관계와 감정선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번 공연에서는 송은혜 배우의 ‘크리스틴’이 무대 위에서 돋보였다. 강하고 맑은 음색, 감정 전달력 있는 연기가 관객을 단숨에 몰입하게 했다. 특히 팬텀의 넘버들이 크리스틴의 내면을 훨씬 더 섬세하게 비추는 구조로 되어 있어, 단순히 ‘팬텀의 상대역’이라는 수준을 넘어서 하나의 중심 인물로 기능했다. 실제 필자도 <오페라의 유령>을 송크리로 관람한 경험이 있었지만, 팬텀 속의 크리스틴이 훨씬 입체적으로 느껴졌다는 감상을 받았다.

팬텀은 넘버와 일반 대사가 함께 어우러진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덕분에 관객이 인물 간의 심리와 관계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으며, 극적인 흐름 또한 유연하게 이어진다. 대사를 통해 정서적 맥락을 직접 전달하고, 넘버를 통해 감정을 극대화하는 구조가 조화를 이루며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이는 완전 송스루로 진행되는 <오페라의 유령>과의 가장 큰 구조적 차이이기도 하다.

주요 배우 캐스팅과 현장 분위기

이번 세종문화회관 공연에서 전동석(에릭), 송은혜(크리스틴), 그리고 주조연 배우들의 열연은 공연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전동석 배우는 음성과 동작만으로 무대를 완전히 장악했다. 감정선을 억제하면서도 폭발할 때는 강하게 쏘아내는 연기의 밀도는 관객석에서도 확연히 전달될 정도였다. 송은혜 배우는 크리스틴 팬이라면 놓치기 힘든 캐스팅으로, 무대 위에서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켰다. 특히 그녀의 넘버 처리와 감정의 기승전결이 일관되어 있어서, 관객 입장에서 인물의 여정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카를로타 역은 이전 TV VOD 버전(팬텀 더 뮤지컬 라이브)에서 신들린 듯한 신영숙 배우의 무대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약간 아쉽게 느껴질 수 있으나, 이번 공연 역시 높은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관람 현장의 분위기는 매우 뜨거웠으며, VIP석 가격이나 공연 구성 등 현실적인 비교에서도 팬텀이 <오페라의 유령>보다 더 자주 오르고 접근성이 높다는 점에서 장점으로 작용했다. 실제 필자도 퇴근길에 당일 예매 후 바로 극장으로 향했을 정도로 부담 없는 선택이었다.

 

추천

뮤지컬 <팬텀>은 고전 <오페라의 유령>의 서사를 바탕으로, 캐릭터 ‘에릭’과 ‘크리스틴’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화해 완전히 새로운 감동을 전하는 작품이다. 팬텀의 이름을 가진 ‘에릭’이라는 인물이 지닌 과거와 고통, 그리고 크리스틴의 꿈과 성장 과정을 함께 따라가며 진정한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캐릭터 중심의 뮤지컬을 찾는 관객이라면, 이번 <팬텀>은 반드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지금 시즌이 끝나기 전에 꼭 관람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