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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브론테> 자매의 삶과 예술 (빅토리아시대, 요크셔, 영국문학)

by 취향기록노트 2025. 7. 11.

뮤지컬 '브론테'

뮤지컬 <브론테>는 ‘브론테 자매’로 잘 알려진 살럿 브론테, 에밀리 브론테, 앤 브론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아그네스 그레이>라는 고전 문학의 저자들로 널리 알려진 세 자매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던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글을 쓰고 문학 세계를 확장해 나간다. <브론테>는 이들의 문학적 여정뿐 아니라, 자매로서의 갈등과 사랑, 시대를 향한 도전의식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관객에게 깊은 울림과 여운을 남긴다.

빅토리아 시대 여성 문인의 삶과 도전

뮤지컬 <브론테>는 빅토리아 시대 여성 문인들의 치열한 자아 탐색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글쓰기가 여성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시대, 브론테 자매는 필명을 쓰거나 형제의 이름을 빌려가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자 노력한다.

샬럿 브론테는 “여성은 감정을 억제하고 조용히 살아야 한다”는 당시 사회 통념에 맞서 <제인 에어>를 탄생시켰고, 에밀리 브론테는 인간 내면의 격정을 폭풍처럼 담아낸 <폭풍의 언덕>으로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막내 앤 브론테는 더 현실적이고 냉철한 시선으로 <아그네스 그레이>를 통해 여성이 처한 삶을 묘사했다.

이처럼 <브론테>는 문학의 세계에 발을 디딘 세 자매가 시대의 억압 속에서도 자신을 꺾지 않고 끝내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여정을 통해, 관객에게 ‘진짜 목소리’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자매의 갈등과 성장, 입체적인 캐릭터의 힘

뮤지컬 <브론테>는 단순히 ‘문학적인 자매들’에 머물지 않는다. 이들의 복합적인 감정과 서로 간의 갈등, 질투, 동경, 사랑을 섬세하게 묘사함으로써 입체적인 인물을 완성해낸다.

샬럿은 초반에는 언니로서 동생들을 이끌며 냉철한 판단력을 보여주지만, ‘이상한 편지’를 계기로 질투와 죄책감에 시달리며 변화해간다. 특히 샬럿이 동생들을 다그치는 장면에서 ‘리더’와 ‘자매’ 사이에서의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에밀리는 감성적이면서도 강단 있는 캐릭터로, ‘폭풍우’와 ‘찢겨진 페이지처럼’ 등 강렬한 넘버를 통해 혼돈 속에서도 자유를 갈망하는 내면을 표현한다. 은 가장 현실적이지만 동시에 이상을 꿈꾸는 인물로서, 문학이라는 세계에 대한 순수한 집착을 보여준다.

각 캐릭터의 감정 변화와 선택은 현실적이면서도 극적으로 설계되어 있어, 브론테 자매를 단순한 역사적 인물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인물로 느껴지게 한다.

폭풍우 치는 무대, 음악으로 완성되는 문학적 서사

<브론테>의 무대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소설이다. 요크셔 벌판을 연상시키는 공간, 히스꽃이 만발한 풍경, 그리고 ‘천둥이 치면 판타지’가 시작된다는 상징적인 연출까지. 무대 위 장치들은 자매들의 상상력과 감정을 시각적으로 극대화시킨다.

넘버 구성 역시 인상적이다. 에밀리의 ‘폭풍우’, ‘찢겨진 페이지처럼’은 무대 전체를 휘감는 에너지로 폭풍 속 감정을 드러내며, 샬럿의 독백과 고뇌가 담긴 ‘이상한 편지’는 한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자매들의 ‘목소리’다. 세 배우 모두 뛰어난 가창력과 감정 전달력으로 각자의 역할을 소화하며, 강한 여성 캐릭터들이 조화를 이루는 무대를 완성한다. 특히 전체 넘버가 마치 ‘문학을 노래하는 한 편의 장시’처럼 느껴진다는 평이 많다.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내리는 날 관람하면, 공연의 분위기와 기묘하게 어우러져 몰입도가 더욱 높아진다는 후기도 인상적이다.

뮤지컬 <브론테>는 단지 브론테 자매의 삶을 다룬 전기적 작품이 아니다. 글을 쓰는 여성, 동시대를 살아가는 자매, 인간으로서의 고뇌까지 치밀하게 풀어낸 이 작품은 관객에게도 ‘나는 나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팬레터>, <레드북>을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반드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며,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올 무대다. 창작뮤지컬 <브론테>가 또다시 무대에 오르길 기다리며, 브론테 자매가 쓴 이야기를 다시 읽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