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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대학로 감성 충만 뮤지컬 <긴긴밤> 리뷰

by 취향기록노트 2025.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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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1 뮤지컬 '긴긴밤' 캐스트

2025년 3월, 대학로에서 엄마와 함께 처음으로 뮤지컬 <긴긴밤>을 관람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동물 우화 형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메시지를 전해주는 작품이었다. 단순히 뮤지컬 이상의 의미를 가진, 잊지 못할 관극 경험이었다.

코뿔소의 선택과 성장 – 고아원을 떠난 이유

뮤지컬 <긴긴밤>은 ‘코끼리 고아원’에서 시작된다. 그곳에서 평생을 살아온 코뿔소는 ‘선택의 날’을 맞는다. 고아원에 남아 익숙하고 안전한 일상을 이어갈지, 아니면 세상 밖으로 나가 같은 종족인 코뿔소를 만나볼지. 코뿔소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밖으로 나가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이 선택은 단순한 이탈이 아니라 자아 정체성과 삶의 방향에 대한 주체적인 결정이다. 고아원에서는 안전하지만, 진짜 자신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 밖은 상상보다 훨씬 거칠고 냉혹하다. 코뿔소는 인간들의 이기심과 잔인함을 직접 마주하며, 물리적 고통과 정신적 상처를 동시에 겪는다.

이 지점에서 <긴긴밤>은 단순한 동물 이야기를 넘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나를 찾기 위한 용기 있는 선택, 그로 인해 겪게 되는 고통과 혼란, 그리고 그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희망. 그런 이야기다.

펭귄과의 만남 – 새로운 가족, 새로운 의미

세상 밖으로 나와 방황하던 코뿔소는 우연히 버려진 펭귄 알을 발견한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데리고 다니는 수준이었지만, 알을 부화시키고 펭귄이 태어나면서 코뿔소의 삶은 다시 방향을 잡는다.

코뿔소는 펭귄을 위해 살아간다. 펭귄이 바다에 갈 수 있도록, 세상을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나하나 알려주고 도와준다. 수영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호수와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먹는 법, 숨는 법, 위험을 감지하는 법까지.

코뿔소의 삶은 점점 늙고 지쳐가지만, 펭귄은 점점 자라난다. 마치 부모가 자녀를 키우듯, 아니 부모 이상으로 모든 것을 바치며 살아가는 모습은 무척 뭉클하다. 펭귄은 나 같았고, 코뿔소는 엄마 같았다. 그래서 엄마와 함께 본 공연이 더욱 가슴 깊이 와 닿았다.

바다 앞의 이별 – 긴긴밤의 진짜 의미

마침내 펭귄은 바다 앞에 도착한다. 하지만 코뿔소는 그곳까지 함께 가지 않는다. 자신은 바다로 가지 않고, 인간들에게 복수하러 가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관객은 안다. 그것이 진짜 이유가 아님을.

코뿔소는 이미 늙었고, 지쳤고, 더 이상은 함께할 수 없기에 펭귄에게 혼자 살아갈 힘을 주기 위해 일부러 강한 척하며 떠나보내는 것이다.

그 장면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부모가 자녀를 세상에 홀로 내보낼 때 느끼는 복잡한 감정. 아픔, 걱정, 후회,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 뮤지컬 <긴긴밤>은 말없이 그 감정을 전했다.

공연을 보는 내내 ‘긴긴밤’이란 제목의 의미를 곱씹게 된다. 외롭고 긴, 그러나 결국 새벽이 찾아오는 밤. 펭귄과 코뿔소가 함께 보낸 그 모든 순간은, 우리 모두가 통과해야 할 삶의 어둠과 성장을 은유한 여정이었다.

결론: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기 좋은 작품

뮤지컬 <긴긴밤>은 단순히 동물을 등장시킨 가족 뮤지컬이 아니다. 이 작품은 세대 간의 사랑, 보호자와 자녀의 관계, 그리고 이별과 성장을 모두 담아낸 작품이다.

엄마와 함께 본 이 공연은 단순한 문화생활이 아닌, 서로를 이해하고 되돌아보는 깊은 대화의 시작점이 되었다.

따뜻한 감동과 철학이 담긴 공연을 찾고 있다면, 대학로에서 만나는 <긴긴밤>을 꼭 추천하고 싶다. 눈물도, 웃음도, 그리고 오랜 여운도 함께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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