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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어왕> 후기 (이순재, 박용수 배우 출연)

by 취향기록노트 2025. 7. 22.

2021년 앵콜 공연으로 관람한 연극 <리어왕> 후기를 공유한다. 셰익스피어의 명작 비극을 원캐스트로 3시간 넘게 소화한 배우들의 열연, 특히 이순재 배우와 박용수 배우의 인상 깊은 연기를 중심으로 작품의 매력을 정리했다.

앵콜 공연 예매와 관람 준비 과정

연극 <리어왕>을 보게 된 계기는 순전히 운이었다. 본 공연 당시 전 회차 매진 소식에 낙담했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인터파크 티켓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앵콜 공연의 빈좌석 발견하고 망설임 없이 예매에 성공했다. 당시만 해도 <리어왕>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중에서도 내용이 무겁고 대사가 어려운 작품으로 알려져 있어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공연 전날 밀리 오디오북을 활용해 원작 스토리를 급하게 예습했다. 미리 이야기를 알고 가니 전개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각 인물의 감정 변화에도 집중할 수 있었다. 관람석에 앉아 막이 오르기 전의 긴장감은 여전히 잊을 수 없다. 셰익스피어 작품 특유의 장중하고 비유적인 대사들이 무대 위에서 어떻게 살아날지 궁금했다. 공연 시작 후 배우들의 발성과 호흡에 감탄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대사는 전혀 안 들리지 않았다. 발음이 정확하고 목소리가 극장 전체를 울릴 정도로 힘이 있어, 오히려 집중력이 높아졌다.

배우들의 열연과 인상적인 캐릭터

연극의 중심은 단연 리어왕 역을 맡은 이순재 배우였다. 3시간 20분이라는 긴 공연을 원캐스트로 완벽하게 소화하는 모습을 보며 ‘진정한 장인의 무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년의 왕이 권력과 가족 사이에서 겪는 비극적인 감정의 흐름을 그려내는 그의 연기는 압도적이었다. 장면마다 표정과 목소리에 담긴 깊이가 남달랐다. 또한 박용수 배우의 켄트 백작 역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는 캐릭터의 충성심과 분노, 슬픔을 섬세하게 표현해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었다. 대사의 비유적 표현이 많아 현대극에 익숙한 관객에게 다소 낯설 수 있지만,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 덕분에 오히려 작품의 묵직한 울림이 더 크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켄트 백작의 대사를 들으며 인간관계에서의 신뢰와 배신, 용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공연 중 광대의 명대사도 잊을 수 없다.

“가진 돈을 전부 보이지 말고, 아는 것을 전부 말하지 말라. 가진 돈을 전부 걸지 말고, 들은 것을 전부 믿지 말라.”
“지혜로워지기 전에 늙지 말았어야지.”

작품의 매력과 셰익스피어의 메시지

<리어왕>은 단순한 왕권 이야기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권력의 무상함, 인간의 탐욕과 배신, 그리고 늦게 깨닫는 후회와 용서의 이야기가 무대 위에서 강렬하게 펼쳐진다. 공연을 보는 동안 ‘셰익스피어가 왜 400년 넘게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지’ 그 이유를 다시금 깨달았다. 현대극에 비해 비유적인 표현이 많아 조금은 오글거릴 수 있지만, 오히려 그 대사들이 가진 고전적인 힘이 있다.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배우들의 열정과 몰입감 있는 연출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공연 후 극장을 나서며 ‘다시 한번 이 무대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런 작품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는 결국 ‘사람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21년에 관람한 연극 <리어왕>은 단순한 고전이 아닌, 여전히 현재성을 지닌 작품이었다. 이순재 배우의 연기와 박용수 배우의 강렬한 켄트 백작 연기가 특히 인상 깊었고, 셰익스피어 특유의 대사와 메시지는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다시 공연된다면 꼭 한 번 더 관람하고 싶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