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르: 스릴러, 블랙 코미디, 범죄, 드라마, 피카레스크
- 감독: 박찬욱
- 각본: 박찬욱, 이경미, 돈 맥켈러, 이자혜
- 출연: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 상영 시간: 139분
- 개요: 박찬욱 감독의 12번째 장편 영화
- 제82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 제50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 국제 관객상 수상작
📌 시놉시스
‘다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삶에 만족하던 25년 경력의 제지 전문가 유만수(이병헌). 아내 이미리(손예진), 두 아이, 반려견과 함께 평범하지만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그에게,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가 내려진다. “미안합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충격과 혼란 속에서도 그는 재취업을 위해 발버둥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낯선 세계와 경쟁 속에서 유만수는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일어설 길을 모색하는데...
💬 감상 후기


얼마 전 본 <얼굴>에 이어 또 다른 종류의 착잡함이 남았다. 이번에는 영화 속 이야기와 나의 현실이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더욱 씁쓸하게 다가왔다.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나도 언젠가 AI에 대체되겠지...”였다.
<어쩔 수가 없다>는 단지 한 개인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이 영화는 우리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가 종이밥만 25년이야"라고 말하는 인물들처럼, 자신이 몸담은 업계 하나만을 인생 전부로 삼아온 사람들. 하지만 산업은 변하고, 기술은 진화하고, 사람은 점점 더 밀려난다.
마지막 장면에서 시끄러운 기계음 속에서 홀로 감독관으로 일하는 유만수의 모습은 정말 씁쓸했다. 기계가 움직이기에 조명조차 꺼진 공장. 일은 계속되지만, 인간의 자리는 점점 사라진다.
유만수가 선택한 방식은 다소 충격적이지만, 동시에 그의 절박함도 충분히 전해졌다. 그가 경쟁자를 색출해내는 방식은 기발하면서도 치밀했다. 결국 그도 분석력도 있고, 아이디어도 있었던 사람인데, 취미로 하던 분재를 업으로 삼았더라면 어땠을까? 그게 더 유만수다운 삶 아니었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남았다.
손예진이 연기한 ‘이미리’는 또 다른 형태의 현실적인 인물이었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실직 소식에 취미생활을 단념하고, 망설임 없이 치위생사로 다시 일터에 나서는 모습은 많은 관객들에게 현실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또한, 아들이 친구와 함께 휴대폰을 훔쳐 경찰에 잡혀가는 상황에서는, 미리가 죄를 조금이라도 가볍게 만들기 위해 다소 편법적인 방법을 쓰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이런 모습은 어쩌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어떤 수단이든 마다하지 않는 엄마의 모습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영화를 함께 본 남편은 미리가 치과의사(유연석)와 바람을 피웠을 것 같다고 했지만, 나는 오히려 미리가 어떻게든 가정을 지키려 애썼던 사람이라 믿고 싶었다. 어쩌면 이 두 의견의 차이도, 이 캐릭터가 얼마나 입체적이고 해석의 여지가 많은지를 보여주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15세 관람가라 그런지 박찬욱 감독의 기존 작품에 비해 잔혹한 표현이 줄었고, 블랙 코미디 요소가 더해져서 비교적 가볍게(?)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운은 깊었다. 웃기면서도 아프고, 비극적이면서도 현실적이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 <어쩔수가없다>
띄어쓰기를 맞춰서 쓴다면 '어쩔 수가 없다'가 올바른 문장이긴 한데,
띄어쓰기 없이 '어쩔수가없다'로 제목을 지은 것도 감독의 의도가 있는 것 같아 궁금증을 자아낸다.
🎯 감상 포인트 요약
- 현실적인 해고 & 재취업 서사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노동자 초상
- 치밀한 서사 속 블랙 코미디적 요소
- 기계화 속 인간의 소외감
- 잔잔하지만 묵직한 여운
📝 기억에 남는 대사
1. “실직 당한 게 문제가 아니라, 실직에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문제야.” — 아라 (염혜란)
2. “내가 실직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잖아.” — 구범모 (이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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