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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게 된 계기 | 뮤지컬 개막 소식 🎭
2025년 12월 개막 예정인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원작 소설이 있다는 걸 알고, 무대 전에 세계관 튜토리얼을 먼저 깔아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공연을 더 재밌게 볼 수 있도록 서사적 뼈대를 미리 탐험한 셈!
스포 없이 줄거리 한 입
방송국 PD 진석이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 속 인물의 정체를 추적하던 중, 이탈리아 여성 엘레나 ‘꼬레아’에게서 정체불명의 비망록을 건네받는다. 한글, 한자, 이탈리아어가 뒤섞인 그 기록의 저자는 다름 아닌 장영실. 현재의 추적극과 15세기의 항해/과학/예술사가 교차하며, 장영실>정화>어린 다빈치로 이어지는 거대한 퍼즐이 맞춰진다.
내가 ‘설득’된 포인트 4
- 이탈리아에 실존하는 ‘꼬레아(Corea/Correa 등)’ 성씨 : 단순한 소설 장치가 아니라, 현지 성씨의 존재로 링크가 열린 순간 가설의 바닥이 단단해졌다.
- 루벤스 '한복 입은 남자'의 복식·시대 디테일 : 철릭·답호의 길이, 성인 의복의 층위, 그림 하단의 평저형 동양 선박 등 요소가 조선 전기의 맥락과 정확히 들어맞는다.
- 다빈치 '산타 마리아 델라 네베의 풍경'의 동양적 미감 : 여백의 미와 선의 흐름, 산수 구도의 감각이 동양화와 닮아 있어, 동쪽에서 불어온 영감의 가능성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 ‘가마 사건’과 실록의 공백 : 천재 과학자에게 ‘가마’를 설계하게 하고, 시범 운행도 없이 왕이 탔다가 파손 → 이후 실록에서 장영실 이름이 완전히 소멸. 이는 단순한 추락이 아니라 의도된 행방 감추기로 읽혔고, 세종의 보호 시나리오가 강력하게 설득되었다.
읽으면서 든 생각
PD 진석과 학자 강배의 ‘팩트 추적’ 시점 덕분에 소설이 다큐멘터리처럼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작가는 아마도, “이게 사실이라면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독자가 스스로 체감하게 하려 한 듯. 나는 몇 번이나 “이거 진짜였으면” 하고 바랄 정도로 행복한 혼란 속에서 읽었다.
인상 깊었던 작가의 말
“왜 우리는 유럽의 과학자를 달달 외우고 존경하면서 이처럼 위대한 우리의 과학자는 잊고 지내는가. 장영실은 자격루나 측우기를 만든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우리나라 최고의 천재 과학자였다.”
단순히 ‘조선의 천재 재발견’이 아니라, 유럽 중심 인식의 재배열을 요청하는 문장. 이 소설의 야심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 총평
아쉬운 점? 없다. 10년간의 고증 위에 세워진 이야기는 단단했고, 팩션의 매력 —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설득의 경지” — 를 보여준다. 이제 뮤지컬 무대에서 이 이야기가 어떻게 살아날지, 그 자체가 또 하나의 흥미로운 ‘후속 실험’이 될 것 같다.
별점 ★★★★☆ (4.5/5)
한줄평
“사실이라면 역사를 새로 써야 하고, 허구라 해도 그 설득력은 진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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