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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뮤지컬

국악 몰라도 감동한 관객의 후기, 뮤지컬 <서편제> (송화, 판소리, 수묵화 무대)

by 취향기록노트 2025.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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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4 뮤지컬 '서편제' 캐스트

뮤지컬 <서편제>는 동명의 소설과 영화에서 출발해 한국 창작뮤지컬의 대표작으로 자리잡은 작품입니다. 한국적 정서와 판소리를 뮤지컬 장르에 녹여낸 시도로, 2010년 초연 이후 여러 차례 재연을 거치며 관객들의 깊은 사랑을 받았고, 2022년 공연을 마지막으로 정식 무대에서 내려왔습니다. 비록 재공연은 없지만, 여전히 회자되는 명작으로 남아 있습니다. 특히 ‘송화’라는 인물의 서사와 넘버, 그리고 수묵화 같은 무대미술은 한국 창작극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송화의 이야기, 그리고 배우 차지연의 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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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의 중심은 단연 송화입니다. 소리를 향한 집착, 억압, 고통, 사랑, 그리고 해방까지, 송화는 그 자체로 한 시대의 여성과 예술가를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그 중심에 배우 차지연이 있습니다. 2010년 초연부터 송화를 연기해 온 그녀는 무대 위에서 단순한 배우가 아니라 '소리를 지닌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마지막 심청가 넘버에서는 목을 치받는 듯한 울음을 터뜨리듯 부르다가, “…떴구나.”라고 속삭이며 미소를 짓는 순간, 관객의 눈물샘이 터집니다. 그 감정의 여운은 커튼콜까지 이어지며, 차지연 송화를 향한 박수는 단순한 환호가 아닌 존경에 가까운 감정으로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후기 중 “차송화가 등장할 때마다 눈물이 주르륵, 그 깊이는 진짜 ‘한’이라는 단어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고 표현될 만큼, 한과 절제의 감정선을 온전히 관객에게 전달한 순간이었습니다.

극을 지탱하는 또 다른 축, 동호와 유봉

송화의 이야기가 감정이라면, 동호의 이야기는 서편제의 구조와 리듬입니다. 배우 송원근이 연기한 동호는 차분하고 절제된 톤으로 극을 이끌면서도, 극적 전환이 필요한 순간에는 정확한 타이밍으로 감정을 건드려줍니다. 1막에서는 동호의 비중이 크며, 복고풍 의상을 여러 번 갈아입고 시대 흐름에 맞춰 캐릭터를 부드럽게 변주합니다. 중저음의 안정적인 보컬은 관객의 몰입을 돕고, 실제로 "레드북으로 익숙했지만 무대에서 보니 전혀 다른 무게감이 느껴졌다"는 후기도 많았습니다. 한편 아버지 유봉은 관객으로 하여금 극심한 충격을 안겨주는 인물입니다. 1막 마지막, 그의 선택은 감정적 잔혹함을 넘어선 ‘가스라이팅’에 가까우며, 관객들은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심지어 “사회 고발 프로그램에 나올 이야기 같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술을 위해 아이를 희생시켰던 미개한 시대”라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유봉의 존재는 송화의 고통과 대비되며 극의 도덕적 질문을 확장시킵니다.

무대미학, 음악, 그리고 또 다른 송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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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서편제>의 무대는 흔히 “한 폭의 수묵화 같다”고 평가됩니다. 배경과 조명은 감정을 과잉하지 않으면서도 중심 인물의 감정선을 조화롭게 보완해줍니다. 특히 2층에서 관람할 경우 무대 전체 구도가 잘 보이기 때문에, 후기에서도 “심청가 장면은 2층에서 봐서 더 아름다웠다”는 만족도가 많았습니다. 넘버 중 인상 깊었던 곡으로는 ‘살다보면’, ‘원망’, ‘부양가’, ‘심청가’가 꼽힙니다. 송화의 절규, 동호의 담담함, 어머니의 처연함이 곡마다 녹아들며 서편제 특유의 정서를 압도적으로 전합니다. 또한 배우 이다정이 연기한 동호 어머니 역시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맑고 허스키한 음색으로 부른 ‘혼자있는 자유’는 단순한 회상의 넘버가 아닌, 한 여인의 의지와 독백으로 재해석되었습니다. 이다정 배우의 해석 덕분에 “엄마의 약함이 아닌 강함이 느껴졌다”는 관객 반응도 있었습니다.

비록 뮤지컬 <서편제>는 2022년 공연을 마지막으로 공식 무대에서 내려왔지만, 그 감동은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 이 작품은 한국적 정서를 전통과 현대의 문법으로 조화롭게 풀어내며, 창작뮤지컬의 가능성과 완성도를 동시에 입증한 사례입니다. 송화는 단지 인물이 아닌 ‘한 시대의 소리’였고, 무대는 단지 배경이 아닌 ‘감정의 수묵화’였습니다. 뮤지컬 <서편제>는 언젠가 다시 무대에 오르기를 많은 관객이 바라는 이유를 이미 충분히 증명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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