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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연뮤

뮤지컬 소년의 초상|16세기 베네치아의 화가와 현대 직장인의 평행이론 (임예진, 김수, 김이담, 조은성)

by 취향기록노트 2026.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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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소년의 초상뮤지컬 소년의 초상뮤지컬 소년의 초상

관람 정보

  • 공연명: 창작 뮤지컬 <소년의 초상>
  • 관람일시: 2026년 9월 22일 (화) 20:00
  • 공연장소: 대학로 TOM 2관
  • 캐스팅: 로지나(임예진), 마르타/비올라(김수), 마르첼로(김이담), 야코포/니콜라(조은성)

시놉시스: 덧칠해진 캔버스 너머의 진실

2020년 피렌체, 베네치아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흰색의 화가 '마르첼로 디 나탈레'의 사라진 유작 <남작의 초상>이 발견된다. 서명은 지워지고 얼굴은 녹아내린 채 누군가에 의해 덧칠된 그림. 미술품 복원사 비올라는 친구이자 딜러인 니콜라와 함께 그림을 복원하던 중 캔버스 뒷면에서 '로지나'라는 낯선 이름을 발견한다.

1530년 베네치아, 여성이자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화가 길드 심사에서 매번 낙방하는 로지나는 조수 마르타와 함께 화실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그때 유서 깊은 나탈레 공방의 후계자 마르첼로가 찾아와 로지나의 재능을 알아보고 은밀하고 유혹적인 제안을 건네게 되는데...

 

1. 16세기 베네치아, 이름 없이 그림을 팔아야 했던 화가

극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16세기 베네치아라는 시대적 장벽 속 로지나의 모습이었다. 여성이자 이방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화가로 활동할 수 없었던 현실. 로지나는 생계를 유지하고 캔버스를 지키기 위해 저렴한 실버 화이트 물감을 개어가며, 유명 공방의 후계자인 마르첼로의 서명을 빌려 자신의 그림을 팔아야만 했다.

자신의 예술적 열정과 피땀이 타인의 이름과 간판 뒤에 묻혀버리는 그 구조는 단순한 로맨스나 성공 신화가 아닌, 살아남기 위해 택해야 했던 잔혹한 생존 방식이라 가슴 한구석이 씁쓸해졌다.

2. 500년의 시공간을 넘어 지금 우리와 겹쳐 보이는 이유

무대 위 로지나의 모습은 500년 전의 과거에만 멈춰있지 않고,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의 직장인들과 창작자들의 삶에 소름 돋게 겹쳐 보였다. 직장에서 자신이 쏟아부은 노동과 성과가 상급자나 직책자의 공으로 돌아가는 일, 혹은 예술·디자인 계통에서 거대한 브랜드와 대표자의 이름 뒤에 묵묵히 실체로 존재하는 수많은 '어시스턴트'들의 현실.

로지나는 사후에라도 복원사 비올라에 의해 진짜 이름을 찾았지만, 역사 속 혹은 현실 속에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스쳐 지나간 무수한 '로지나'들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시대와 장소는 바뀌었어도, 권력과 시스템 앞에 정당한 이름을 빼앗기는 무력감은 여전히 닮아있다.

3. 배우진의 밀도 높은 1인 2역과 시공간 교차 연출

김수 배우(마르타/비올라)와 조은성 배우(야코포/니콜라)가 1530년 과거와 2020년 현재를 매끄럽게 오가며 스위칭하는 연기는 극의 텐션을 훌륭하게 유지해주었다. 임예진 배우의 로지나가 보여준 그림을 향한 순수한 열정, 그리고 김이담 배우의 마르첼어가 지닌 복잡한 내면의 디테일까지 대학로 TOM 2관 특유의 밀도 높은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전해졌다.

덧칠해진 캔버스를 긁어내며 비밀을 찾아가는 과정이 곧 한 인간의 삶을 복원하는 과정과 같아 잔상이 길게 남는다.

한 줄 평

"덧칠해진 그림 너머로 찾아낸 진짜 화가의 이름, 시대를 넘어 지금의 우리에게 건네는 묵직하고 씁쓸한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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