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가 다시 무대 위를 환하게 밝혔다. 탭댄스의 정수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쇼뮤지컬의 전형으로, 정통성과 화려함을 동시에 갖췄다. 박칼린, 정영주, 전수경, 최유정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무대는 관객에게 진한 감동과 흥분을 안겨주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왜 이 작품이 고전이자 레전드로 불리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탭댄스와 군무, 쇼뮤지컬의 진짜 맛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쇼뮤지컬의 정수다. 공연 내내 이어지는 화려한 탭댄스와 군무는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오케스트라 튜닝 대신 무대 뒤에서 들려오는 탭 연습 소리로 공연이 시작되는데, 이 도입부터가 이미 다른 분위기를 예고한다. 공연의 압권은 단연 앙상블의 탭댄스 장면이다. 수십 명의 무용수가 하나의 리듬으로 박자를 맞추는 장면에서는 마치 거대한 악기처럼 무대 전체가 움직이는 듯한 감각을 전달받는다. 박자가 착착 맞아떨어질 때마다 객석에서 느껴지는 짜릿함은 생생하고, 마치 관객이 무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몰입을 유도한다. 넘버들도 전반적으로 경쾌하고, 처음 듣는 곡임에도 불구하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특유의 재즈 풍 멜로디는 브로드웨이 특유의 낭만과 에너지를 살리기에 충분하며, 각각의 곡이 극 중 상황에 절묘하게 어울려 극의 흐름을 부드럽게 이어간다.
인물과 배우 – 무대를 꽉 채운 존재감
연출가 줄리안 마쉬 역에 박칼린, 도로시 브룩 역에 정영주, 메기 존스 역에 전수경이 캐스팅으로 관람했다. 이 세 명의 베테랑 배우는 각각의 인물을 완벽하게 구현하며 극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아준다. 박칼린은 줄리안 마쉬 특유의 카리스마와 냉정한 결단력을 담백하고도 힘 있게 표현했다. 특히 도로시를 대신해 페기를 주인공으로 세우는 순간의 감정 변화는 매우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 정영주는 도로시 브룩 역을 통해 한때 스타였지만 이제는 후배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인물의 복합적인 감정을 세심하게 연기한다. 극 중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로 그려지는 메기 존스 역의 전수경은 작품 전반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끄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번 무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페기 소여 역의 최유정이다. 페기의 성장 서사는 이 작품의 핵심인데, 최유정은 첫 등장부터 마지막 커튼콜까지, 시골 소녀에서 브로드웨이의 스타로 성장하는 변화를 생생하게 표현했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관객을 압도했고, 춤과 노래, 연기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균형 잡힌 퍼포먼스로 극의 주인공 자리를 충분히 소화해냈다.
꿈과 성공, 고전이 남기는 오늘의 메시지
작품의 줄거리는 전형적인 브로드웨이 드림 스토리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시골 소녀 페기가 꿈을 향해 무대에 서기까지, 넘어서야 할 벽은 단순히 오디션 탈락이 아니다. 도로시와의 충돌, 줄리안의 오해, 주변의 시선과 압박 등은 모두 오늘날 현실에서도 마주하는 장벽들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태도, 누군가의 편견을 꿰뚫는 진정성, 그리고 기회를 맞이했을 때 그것을 놓치지 않고 움켜쥘 수 있는 실력이 모여 페기를 무대 위로 올린다. 이는 단순히 뮤지컬 속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메시지다. 25페이지 분량의 대사, 6곡의 넘버, 10종류의 댄스를 단 36시간 안에 소화해야 하는 페기의 상황은 현실에선 불가능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공연이 끝난 뒤 무대를 박차고 나온 페기의 눈빛을 보면, 그 짧은 시간 속에도 누군가는 자신을 증명할 수 있다는 믿음이 느껴진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단순한 복고풍 작품이 아니다. 클래식한 이야기 구조 속에서도 여전히 오늘의 관객을 설득하는 힘을 지닌 작품이다. 박칼린, 정영주, 전수경, 최유정 등 뛰어난 캐스트는 그 중심을 탄탄하게 받쳐주었고, 탭댄스와 군무는 이 작품이 왜 쇼뮤지컬의 전형으로 불리는지를 직접 보여주었다. 한 번쯤은 꼭 봐야 할 무대다. 무대 위에서 꿈을 증명하는 사람들을 통해, 관객 역시 자신 안의 가능성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오래된 이야기 속에서 새로움을 느끼고, 무대라는 현실에서 진짜 위로를 받는 경험. 그것이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진짜 매력이다.
브로드웨이 42번가 공연 일정 및 장소
- 서울 샤롯데씨어터: 2025.07.10 (목) ~ 2025.09.14 (일)
- 안동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웅부홀: 2025.09.19 (금) ~ 2025.09.20 (토)
- 울산 HD아트센터: 2025.09.26 (금) ~ 2025.09.29 (일)
- 부산 드림씨어터: 2025.10.17 (금) ~ 2025.10.19 (일)
지방 공연까지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 서울 외 지역 관객들도 관람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문화생활 > 뮤지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극 <라이프 오브 파이> 캐스팅 (박정민, 박강현, 퍼펫연기) (1) | 2025.09.10 |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10주년 캐스팅 (전미도, 김재범, 방민아) (4) | 2025.09.08 |
뮤지컬 <라이온 킹> (디즈니, 애니메이션, 원작) (9) | 2025.09.07 |
뮤지컬 <레미제라블> | 한국에서 사랑받는 이유 (12) | 2025.09.01 |
뮤지컬 <웃는 남자> | 대극장 스케일과 배우들의 에너지에 압도 (12) | 2025.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