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월드: 새로운 시작>은 오랜 팬들에게 큰 기대를 안겨준 작품이다. 스칼렛 요한슨과 조나단 베일리라는 새로운 얼굴이 합류하며 분위기를 환기시켰고, 시리즈 특유의 공룡 액션과 스릴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실관람 후의 인상은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공룡이 주는 압도적 위압감은 여전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새로운 시작’이라기보다는 ‘되풀이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반복되는 구조, 사라진 감동
<쥬라기공원>부터 이어진 이 시리즈는 인간의 오만과 자연의 반격이라는 메시지를 바탕에 두고 있다. 이 작품 역시 DNA 조작, 공룡의 감금, 돌연변이 창조 등 이전과 유사한 설정으로 시작한다. 문제는 이 구성 자체가 너무 익숙해졌다는 점이다. 전작 <도미니언>에서 공생의 메시지로 시리즈를 마무리하려던 방향성과 달리, 이번 영화는 다시 공룡을 섬에 가두고 통제하려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공생이 아닌 반복이고, 새로움이 아닌 과거의 복사처럼 느껴졌다. 특히 오마주로 활용된 장면들조차 감동보다는 “또 이 장면이야?”라는 피로감으로 다가왔다.
배우들의 존재감과 스릴의 완성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에는 분명한 강점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배우들의 존재감이다. 스칼렛 요한슨은 강인하면서도 이성적인 캐릭터를 안정감 있게 연기했고, 조나단 베일리는 인간적인 따뜻함을 더해주었다. 새로운 캐스팅은 시리즈의 긴장감을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공룡 등장 장면들의 스릴은 여전히 강력하다. 나는 중간중간 실제로 소리를 지를 뻔했을 정도로 몰입했고, 공룡이 등장할 때마다 긴장이 극대화됐다. 사운드와 연출도 뛰어나서, 시리즈 특유의 ‘살아있는 공포’를 다시 체감할 수 있었다.
디렉스와 괴물화된 상징
이번 영화에서 새롭게 등장한 최강 빌런 공룡 ‘디렉스’는 시리즈 전통의 클라이맥스를 맡는다. 그러나 그 외형과 연출은 다소 당황스러웠다. 공룡이라기보다는 ‘에일리언’을 연상시키는 디자인, 지나치게 괴기스러운 외형은 보는 이로 하여금 공포보다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 자연 진화의 결과물이 아니라 ‘실험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은 있지만, 시각적으로 호감 가는 괴수는 아니었다. 시리즈가 점점 ‘자연 vs 인간’이라는 테마보다는 ‘괴수 영화’처럼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게 한다. 과연 이 길이 ‘쥬라기월드’라는 브랜드가 가져갈 올바른 진화 방향인지는 다음 편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결론 – “새로운 시작”이 아닌 “또 다른 반복”의 아쉬움
<쥬라기월드: 새로운 시작>은 시리즈 팬들에게 스릴과 긴장은 여전히 제공한다. 하지만 그 감동과 철학, 진화된 내러티브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부족함이 남는다. 스토리의 완성도나 신선도 면에서 아쉬움이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는 여전히 ‘공룡’이라는 유니크한 소재를 잘 다루고 있고, 극장에서 느끼는 체감형 공포는 대체불가능하다. “공룡이 또 탈출했다”는 서사는 식상하지만, 관객이 원하는 건 어쩌면 그 ‘탈출의 공포’를 체험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 시리즈가 좀 더 깊이 있는 진화 방향을 고민해주기를 바라며, 다음 편도 아마 또 보러 가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