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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관람 후기 (돈키호테, 산초, 윤공주)

by 취향기록노트 2025. 7. 7.

2021.05.13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캐스트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스페인의 고전 소설 『돈키호테』를 모티브로 한 창작 뮤지컬로, 감옥 속에서 펼쳐지는 상상의 연극이라는 독특한 구조 속에, 꿈과 현실 사이를 오가는 돈키호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며” 살아가는 남자의 신념과 광기를 무대 위에 펼쳐내며, 초연 이후 수십 년간 끊임없이 사랑받아온 명작이다. 2021년 이후 새로운 시즌이 올라오지 않아 많은 팬들이 기다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돈키호테와 나, 광기와 이상 사이에서

관람 내내 느껴진 감정은 마치 『돈키호테』 원작을 단숨에 읽어낸 듯한 충만함이었다.
세상이 엉망이고 혼란스러운 현실 속에서, 어떻게 맨정신으로 살아가냐는 질문을 던지는 돈키호테. 그런 돈키호테의 광기에 장단을 맞춰주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은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선 따뜻한 연대처럼 느껴졌다.

특히 여관 주인은 등장할 때마다 관객의 웃음을 책임졌고, 인물 하나하나가 돈키호테의 세계에 꼭 필요한 퍼즐처럼 살아 있었다.
무대 위에서 돈키호테로 분한 류정한 배우는 탁월한 발성과 딕션으로 관객을 몰입하게 만들었다. 애써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모든 대사가 또렷하게 들렸고, 실제 관절이 아픈 노인의 몸짓마저 리얼하게 연기해 인물에 완전히 녹아든 듯한 느낌을 주었다.

가녀린 둘시네아, 그러나 강인한 목소리

윤공주 배우가 연기한 알돈자(둘시네아)는 매 장면마다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겉보기엔 가냘픈 체구지만, 노래가 시작되면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공연장을 압도했다.

돈키호테의 망상 속에서 둘시네아가 되어가는 알돈자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현실을 긍정하는 꿈’이 가진 힘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돈키호테가 그녀를 둘시네아라 부르며 이상을 투영하듯, 관객 역시 그녀의 변화를 통해 진정한 연대와 회복의 가능성을 본다.

산초, 그리고 배우들의 향연

이훈진 배우의 산초는 그야말로 사랑스러움 그 자체였다. 맹목적인 충성심과 따뜻한 유머, 특유의 귀여움까지 모두 갖춘 인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서영주 배우는 ‘영주영주님’이라는 애드립으로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며 극에 생기를 더했다. 매 장면에 생동감이 살아 있었고, 그 덕에 공연은 단순한 비극이 아닌 희망의 메시지로 완성되었다.

결론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현실과 이상, 광기와 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매우 독창적인 작품이다. 류정한, 윤공주, 이훈진 배우를 비롯한 캐스트들의 압도적인 연기와 가창력은 공연의 깊이를 더했고, 익숙한 이야기를 새롭게 감각하게 해주었다.
2021년 이후 새로운 시즌 소식이 없지만, 기다리는 관객이 이렇게 많은 작품도 드물다. 언젠가 다시 무대에서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고대하게 만드는 명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