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기간 : 2025.09.03~2025.09.27
- 공연장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송스루 형식과 현대무용, 아크로바틱이 결합된 독특한 무대 예술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2025년 9월 3일(수)부터 9월 27일(토)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지는 20주년 내한공연은, 작품성과 완성도를 모두 인정받은 무대를 국내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송스루 형식이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시각적 충격과 무대 예술의 완성도는 단연 압도적이다.
송스루 형식, 취향을 나누는 음악 서사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대사 없이 전곡이 음악으로 이어지는 ‘송스루(Sung-through)’ 형식으로 전개된다. 이 구조는 관객의 몰입을 극대화하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리듬과 멜로디에 대한 취향이 다를 경우 다소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필자 역시 노래와 대사가 번갈아 나오는 뮤지컬에 익숙했던 터라, 모든 내용을 노래로 풀어내는 송스루 형식은 초반엔 조금 낯설게 다가왔다. 하지만 “대사를 노래로 말한다”는 방식이 이 작품의 드라마틱한 구조와 잘 맞아떨어졌고, 음악이 감정을 대신해 쏟아지는 순간마다 감정선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특히 콰지모도와 프롤로의 솔로 넘버들은 각각의 욕망과 상처, 갈등이 음악에 실려 웅장하게 울려 퍼진다.
마치 오페라를 보는 듯한 구성과 무거운 서사는 관객에게 쉬운 선택은 아닐 수 있지만, 한 번쯤은 경험해볼 가치가 있는 ‘형식미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무대를 뒤흔드는 아크로바틱, 압도적인 시각 연출
<노트르담 드 파리>의 무대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퍼포먼스다. 세트를 활용한 다층 구조의 철골 무대 위로 수많은 앙상블과 아크로바틱 댄서들이 쉴 새 없이 오르내리며, 장면마다 역동성과 입체감을 극대화한다.
특히 콰지모도가 사랑하는 종 ‘마리아’에 대해 노래할 때, 종에 매달린 댄서들이 공중에서 회전하고 추락하듯 떨어지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들 정도로 아찔하고도 놀라웠다. 클로팽 역의 박시원 배우가 철골 구조 위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은 안전을 잊을 정도로 몰입감을 주며, 마치 서커스를 연상케 한다.
앙상블 배우들의 움직임은 단순한 백업이 아니라 무대의 중심축이다. 이들은 군무 이상의 긴장감을 부여하며, 공연 전반에 걸쳐 극의 정서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비극의 정점, 에스메랄다의 서사
공연이 진행될수록 중심 인물들의 비극적 운명은 더 짙어진다. 그 중에서도 에스메랄다는 가장 큰 고통과 억압을 감내하는 인물로, 그녀를 향한 이기적 사랑이 세 명의 남성—콰지모도, 프롤로, 페뷔스—에게서 동시에 쏟아진다.
작품은 에스메랄다를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자신만의 삶과 감정을 지닌 인물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느끼기엔 그녀의 결말은 지나치게 비극적이고 부당하게 느껴졌으며, 주변 인물들의 왜곡된 감정선으로 인해 더욱 안타깝게 다가왔다.
“에스메랄다가 제일 불쌍하고 다 이상해!”라는 한 줄 감상처럼, 작품은 관객에게 찝찝함과 동정심을 동시에 남기며 긴 여운을 주었다. 정서적 충격은 물론, 구조적인 폭력에 대한 성찰까지 담겨 있어 단순히 비극 뮤지컬로만 볼 수 없다.
결론
<노트르담 드 파리>는 대중적 접근성보다는 예술성과 형식미를 택한 작품이다. 송스루 형식은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무대 연출과 배우들의 퍼포먼스, 음악적 몰입감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2025년 9월 3일부터 9월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지는 20주년 내한공연은 단순한 재공연이 아닌, 이 작품의 정수와 전통을 국내에서 경험할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