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방영된 드라마 <미지의 서울>은 서울에서 지친 삶을 살아가던 ‘미래’가 회복을 위해 시골 두손리로 떠나고, 대신 ‘미지’가 서울에서 미래의 삶을 살아보며 서로가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성장 드라마다. 그들은 서로의 삶을 깊이 경험해가며, 두 주인공이 마주하는 감정과 현실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특히 ‘미지’와 ‘미래’의 할머니가 전하는 따뜻한 조언들은 지금도 회자되는 명대사로 남아 있다.
바뀐 환경 속에서 자신을 마주하다
<미지의 서울>의 배경은 서울과 두손리라는 상반된 공간이다. 두손리에서 일용직으로 살아가는 ‘미지’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에 지쳐가던 쌍둥이 자매 ‘미래’에게 삶을 바꿔 살아보자고 제안한다. 서로를 잘 안다고 믿었던 쌍둥이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점점 대화가 줄었고, 당연하게 여겨왔던 존재를 직접 대신 살아보니 비로소 몰랐던 마음들을 알게 된다.
미지와 미래뿐 아니라, 그들의 곁에 있는 ‘호수’와 어머니들, 그리고 할머니까지—모두가 평온하게 살아가는 듯 보였지만, 사실은 각자의 사연을 품고 하루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게 와닿았다. 나 역시 그랬기 때문에.
단역도, 조연도… 모두가 이야기의 중심
<미지의 서울>은 모든 인물에게 서사가 있다.
주인공 외에도 제 역할을 해내는 조연과 단역 캐릭터들까지 저마다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관계, 가족, 사회라는 다양한 키워드를 각기 다른 인물들이 품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드라마의 어느 지점을 보아도 감정 이입이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존재는 할머니다. 미지와 미래의 할머니는 시청자에게 오랫동안 남을 명대사를 들려준다.
사슴이 사자 피해 도망치면 쓰레기야? 소라게가 잡아먹힐까봐 숨으면 겁쟁이야? 다 살려고 싸우는 거잖아. 미지도 살려고 숨은 거야.
아무리 모양 빠지고 추저분해 보여도 살자고 하는 짓은 다 용감한 거야.
삶을 살아내는 사람 모두를 이해하고 감싸주는 이 문장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이 된다.
‘미지가 미지에게, 미래가 미래에게’… 자기 자신에게 안부를 묻는 시간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미지와 미래가 각자의 공간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며 전화를 주고받는 장면은 소소하지만 인상 깊게 다가왔다.
단순한 통화가 아닌, 마치 미지가 ‘미지’에게, 미래가 ‘미래’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듯한 연출은 따뜻한 울림을 전했다.
이처럼 <미지의 서울>은 타인의 삶을 통해 결국 자기 자신에게 다가가는 치유의 이야기다.
외로움과 무력감, 그리고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일상의 벽에 부딪혀 방황하던 두 소녀가 서로의 삶을 체험하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2025년 상반기를 대표할 힐링 드라마. 명대사와 감정선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