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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고 싶은 뮤지컬 <레드북>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여성 서사)

by 취향기록노트 2025. 7. 5.

뮤지컬 '레드북'

뮤지컬 <레드북>은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런던을 배경으로, 외설적이라 비난받는 글을 쓰는 여성 작가 ‘안나’와 고지식한 변호사 ‘브라운’이 서로의 세계를 마주하며 충돌하고, 끝내 이해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낸 창작 뮤지컬이다. 사회적 편견에 맞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목소리로 서사를 써내려가는 안나의 여정은 감동과 유쾌함을 함께 전한다. 2025년 9월 23일부터 12월 7일까지 재연되는 <레드북>은, 한 번이라도 본 관객이라면 반드시 “다시 보고 싶은 작품”으로 꼽는 명작이다.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여성의 목소리를 세우다

뮤지컬 <레드북>의 핵심은 단연 ‘여성 주체 서사’에 있다.
빅토리아 시대의 도덕적 잣대와 위선 속에서, 여성 ‘안나’가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목소리로” 세상에 드러내는 여정을 따라간다.

‘나는 야한 여자’는 가슴 벅참과 해방감을 주는 넘버다. 관객은 '나는 야한 여자' 의미에 금세 진지해진다.
<레드북>은 이렇게, 코미디와 눈물, 유쾌함과 진지함을 밀도 높게 배합하여 단순한 “여성 이야기”를 넘어서 보편적인 공감과 메시지를 전한다.

작품의 대표 넘버인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은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 여성의 존재와 선택, 목소리의 권리에 대한 선언이다.

공연을 관람했던 2021년, 차지연 배우가 부른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울림 그 자체였다. 무대 위 배우가 울고, 관객도 울며, 극장 전체가 숨죽인 채 뜨겁게 흔들리던 순간이었다. 특히 허순미 배우가 대사 중 잠시 울컥하며 멈칫했던 그 찰나는 오히려 감정을 극대화시키며 관객의 마음을 단단히 붙잡았다.

배우들의 디테일, 그리고 무대 위의 ‘합’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는 ‘배우 합’이다.
2023년에는 박진주 배우가 ‘안나’를 맡으며 새로운 매력을 보여줬다. 예능에서 보던 이미지와는 달리, 작은 체구에서 터져 나오는 힘 있는 목소리와 감정선이 놀라웠다. ‘나는 야한 여자’,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을 부르며 관객의 눈물을 자아내는 순간들은 박진주라는 배우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도로시 역의 한보라와 김국희 배우는 '이 시대의 멀티플레이어'라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바이올렛·로렐라이까지 연기하기 위해 뛰어난 발성과 노래, 섬세한 감정 연기와 춤까지. 단순한 조연을 넘어, 안나 못지않은 존재감과 감동을 전하는 인물이었다.

울고 웃고, 다시 보고 싶은 창작뮤지컬

<레드북>은 명확한 메시지를 갖춘 작품이면서도, 관객에게 결코 “설교하지 않는 뮤지컬”이다. ‘난 뭐지’ 넘버처럼 다소 혼란스럽고 불완전한 감정을 재치 있게 그려내어, 관객의 삶과 자연스럽게 맞닿는다.
‘레드북을 읽고 난 후’ 넘버에서는 한 권의 책이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힘을 지녔다는 감동이 전해진다.

2025년 9월 23일부터 12월 7일까지 다시 막이 오르는 <레드북>은,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자,
여전히 유효한 여성 서사와 따뜻한 연대의 메시지를 간직한 창작뮤지컬이다.
OST가 없는 게 아쉬울 만큼 완성도 높은 넘버들, 기억에 남는 대사와 감정선, 모든 요소가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공연.

다시 한 번 ‘레드북’의 페이지를 넘겨볼 시간이다. 그때의 감동은 여전히 유효하다.